Carnival

안도라의 겨울은 하얀 눈과 고요한 산으로만 기억되기 쉽지만,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그 평온함을 깨는 화려한 소란이 찾아옵니다. 바로 카니발(Carnival)입니다.

카니발은 원래 사순절(Lent) 전, 마음껏 먹고 즐기자는 가톨릭 전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안도라에서도 이 시기만 되면 마을은 색과 음악, 웃음소리로 가득 찹니다. 안도라 라 베야와 에스칼데스-엥고르다뉴 같은 주요 도시에서는 거리를 가득 메운 퍼레이드가 열리고,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 가면과 의상을 입고 축제의 일부가 됩니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날개나 슈퍼히어로 복장을 하고, 어른들은 화려한 가면과 전통 의상을 걸칩니다. 음악대가 연주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길거리 음식 냄새가 겨울 공기에 묻어 흐릅니다.

카니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El Judici del Carnestoltes’, 즉 ‘카니발 인형 재판’입니다. 유쾌한 풍자극과 함께 인형을 ‘재판’에 세운 뒤 불태우는 의식은, 방탕했던 축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절제의 시간을 맞이한다는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나 사회 이슈를 유머로 풀어내는 전통은 세대를 이어 지역 사람들을 하나로 묶습니다.

이 짧지만 강렬한 축제는 눈 덮인 안도라에 잠시나마 열대의 색채를 입히고, 차가운 산바람마저도 음악과 웃음으로 따뜻하게 데웁니다. 스키 여행을 온 이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이자, 안도라인들에게는 겨울의 정점에서 터져 나오는 공동체의 에너지입니다.